황장수님께 보내는 공개서한

황장수님,
오늘도 이 방송 저 방송 바쁘게 뛰시며 촌철살인의 정치 평론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미상불 황장수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님은 인물도 좋으시고 중후한 음성에다 군계일학의 이론으로 무장하셨으며 스피치 구사도
그 세련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더군요.
 
황장수님,
님에 대한 아부는 이쯤에서 그치고 지금부터는 쓴소리를 올리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님께서는 TV에 출연하셔서 어떤 현안에 대한 아무개의 주장에 대해 님의 견해를 묻는 진행자에게
기다렸다는 듯이’그건 말장난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으로 십자 포화의 포문을 여시더군요.
제가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빠서 님께서 출연하시는 프로를 일일이 시청하거나 모니터링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제가 시청한 적잖은’님께서 출연하신 프로’에서 님께서는 전가의 보도처럼 번번이’그건 말장난…’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님께서 어떤 의도로 그런 오프닝 멘트를 위시로 말씀을 이어가시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제 단견으로는 님께서는 평론의 대상이 되는 분들의 주장을 일언지하에’말장난’으로 치부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주장 자체를 개무시하고 묵살해 버리는 차별화의 효과를 노리시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님께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저변에는 수사법(修辭法)의 일환으로 거침없이 그런 말씀을 사용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저는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음을 적시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님께서’말장난하고 있다’고 몰아붙이는 대상은 어째서 진보 성향의 시민 단체이어야만,야당이어야만,
범야권이어야만 한단 말씀입니까?
보수 성향의 시민 단체는,여당은,범여권은 님이 말씀하시는’말장난’을 근원적으로 하지 않는 집단이라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여기서 님께서 범여권에 대해서도’말장난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어 주십사하고 님에게 주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느 쪽에도’말장난하고 있다’는 식의 평론의 상궤를 벗어난 진중하지 못한 언사는 삼가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말장난’이라는 그 말씀이야말로 참으로 허무맹랑한 말인 것입니다.
평론 대상자의 발언에 대해 이견이나 반박할 일이 있으면 조목조목 논거를 들어 의견을 개진하면 될 일이지,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절규일 수도 있고 역사를 관통하는 준열한 양심의
소리일 수도 있는’말’에 대해 한마디로’말장난’이라고 깎아내리는 태도는 당당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내로라하는 논객이 취해야 할 매너는 아닐 것입니다.
 
님께서 여유롭게 즐겨 쓰시는 그’말장난’이라는 말…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말을 가리켜 전후 사정 볼 것도 없이’말장난’이라고 단칼에 희화화하기로 작정한다면
그 무슨 말인들’말장난’이 아닌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님께서 하시는 그 모든 말씀도’말장난’이 될 수 있는 것이며 제가 이렇게 올리는 글(말)도’말장난’이 될 수
있는 것이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니,국민대통합이니,국민대타협이니,종북이니 하는 그 거창한 말들 역시
‘말장난’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입니까?
 
황장수님,
제 기우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님께서는 혹시’보수 쪽으로부터의 확실하고도 견고한 지지’를 받으시려는
산술적 속셈으로 그런 식으로 강변하시는 건 아니신지요?
만일 그러시다면 그 심경의 일단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오나 그러실수록 님께서는 더욱 논리
전개에 있어서의 격상을 꾀해야 될 일이라고 봅니다.
 
제가 굳이 외람되게 토론에 있어서의 yes,but 화법을 운위하지 않더라도 님께서는 잘 아시리라 믿어집니다만
토론에 있어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펼치는 것은 초등학교 토론회에서도 하지 않는
일입니다.
제가 저간의 님의 말씀을 찬찬히 새겨보았습니다만 님의 의견 피력을 이루는 그 기저의 대부분에는 대통령님
편을 들면 옳은 사람이고 대통령님을 비판하거나 그 반대편에 서면 옳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단단하게
착근되어 매사를 그 기준의 출발선상에서 코멘트하시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면 제가 너무 편협하고 과문해서
그런 것일까요?
 
황장수님,
대통령님도 사람이고 여당 대표님도 사람이고 야당 대표님도 사람이고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분들도 모두
사람입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분들이 실수 안 하시기를 염원하지만 그분들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하실 수 있는 것이며
결코 완벽하실 수는 없는 것입니다.
대통령님도 실수하시면 질책할 수 있는 것이며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대통령님은,여권의 실세님들은 그분들의 실수에 대해 질책하고 비판하면 절대 안 된다는’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도 된다는 것입니까?
실수를 하고도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며 광정하기는커녕 외려 적반하장으로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의롭게 항거하는 국민들을 향해 겁박하는 태도야말로 끝 간 데 없는 후안무치인
것이며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비양심적 행위인 것입니다.
 
황장수님,
님은 우리 사회의 견인차 역할을 하시고 있고 하셔야 할 막중한 위치에 계신 오피니언 리더이십니다.
언젠가 님께서 같이 출연한 상대방이 시비를 걸자’당신이 주관이 있는 것처럼 내게도 주관이 있다’고
윽박지르시더군요.
‘주관’은 자유겠지요.
하지만 저 같은 일개 무지렁이 민초가 단표누항의 어느 후미진 모퉁이에서 속절없이 내뱉는’주관’하고 거대한
방송 매체에 출연해서 열변하는 그 한마디,한마디의 파장이 실로 지대한 정치 평론가의’주관’하고는 그 격이
달라도 한참 다르겠지요.
님 같은 파워 엘리트분께서 어느 향방으로 의견을 내시든 간에 그 의견의 시종에는 의당 사회적,도의적의 무거운
책임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님께서는 설마 정치 평론가라고 해서 무슨 말이든 어떤 말이든 자의(恣意)대로 자유자재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황장수님,
님의 말씀 속에서도 우국충정의 속 깊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이왕에
스타급 정치 평론가로 자리잡으신 김에 좀더 가슴을 열어 님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에게도 금도를
보여 주시고 평론 대상자가 주장하는 그 말의 속내에 묻어 있는 아픔과 진실까지를 깊이 헤아려 평론을 해 주시면 어떠실는지 감히 앙청해 봅니다.
백 번을 고쳐 생각해 봐도’그건 말장난입니다…’라고 하시는 님의 그 안하무인식 말씀은 님의 그 멋들어진
안경테와는 너무도 안 어울려 보입니다.
 
환절기에 옥체 만안하시기를 삼가 기원하오며…
 
2013년 11월 11일
무심천에서
두룡거사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