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박제화된 친일잔재 청산 (225)

조선일보와 박제화된 친일잔재 청산 (225)작성자 홍세화최근에 일본의 우익은 교과서 왜곡을 통해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통합시켜 주었다. 그들은 잊을 만하면 왜곡이나 망언을 터뜨려 우리에게 한 목소리로 분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곤 한다. 그런데 이처럼 일본 우익의 왜곡과 망언에 대하여는 한 목소리로 분노할 줄 아는 우리들이건만 웬일인지 친일 부역 행위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조선일보>가 민족 앞에 사죄 한마디 없이 ‘민족정론지’라고 떠드는 데 대하여는 분노할 줄 모르고 있다. 나로선 왜곡의 정도가 어느 쪽이 더 심한지 묻고 싶을 지경인데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이라고 하며,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지식인들과 문인들이 <조선일보>에 기고하고 인터뷰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여기서 그 신문이 어떻게 ‘일등 신문’이 될 수 있었는지, 가령 군부 독재자들에게 ‘구국의 영웅’ 이라는둥 신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보도지침에 솔선수범하면서 독재 권력에 빌붙어 왔다는 등의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우리는 한국 현대사를 말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를 읊조려 왔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같은 친일 잔재의 구체적 실체에 대하여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죄부터 하라”는 기본적인 주장조차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왜일까? 그 이유에 대하여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역대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우느라 여력이 없었다는 핑계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지나간 일이니 덮어두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친일 부역-대미 종속-극우 냉전>으로 점철된 <조선일보>의 이데올로기적 작동을 이해한다면 스스로 수구세력임을 인정하는 소리에 다름아니다. 지금도 <조선일보>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편에서 일본 우익 세력의 선전 홍보물이며 교과서 왜곡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산께이 신문을 금과옥조인양 열심히 인용하면서 국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우리는 일제 잔재 청산을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과거에 못다한 일로 박제화하여 박물관에 집어넣어 버린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지식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민족 문화’나 ‘민족 예술’을 말하는 사람까지 <조선일보>와 상종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잘 알다시피 2차 대전의 교전 상대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는 오늘 유럽 연합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가 되었다. 그것은 독일의 나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죄,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에 대한 철저한 청산 작업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진행됨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반세기를 지난 지금도 독일은 나치의 빚을 갚고 있는 중이며, 프랑스에선 뒤늦게 나치 부역자로 밝혀져 10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모리스 파퐁이 아흔살을 넘었다고 일부 휴머니스트들이 석방을 탄원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같은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를 뒤집어 말하면, 지금 일본의 우익이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계속하고 있는 데에는 친일 부역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음이 되는 것이다. 설령 프랑스처럼 철저한 청산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죄는 받아내야 하는 게 아닌가? 민족구성원이라면 그 누구든 그 신문에 기고하고 인터뷰하고 구독하기 전에 말이다. 역사는 민중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던가. 충북 옥천군에서 <조선일보>를 보던 가구중 30% 가까운 가구가 구독을 중지함으로써 최근에 비등하고 있는 언론 개혁 요구와 맞물려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옥천군의 조선바보(조선일보바로보기)운동은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섰을 뿐인데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평범한 구독자들에게 사죄없는 친일 행각은 <조선일보>를 배척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고도 남았던 것이다. 그들의 배척은 상식의 표현이었을 뿐이다. 오랜 동안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를 읊조려 왔을 뿐만아니라 <조선일보>가 사죄조차 하지 않은 친일 잔재의 실체라는 점을 일찍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조선일보>와 계속 상종하고 있는 ‘민족 예술인’, ‘민족 문화인’에겐 과연 어떤 자극이 필요한 것일까?(끝) 작성일 2002년6월21일 (자료출처= 안티조선 우리모도 홈페이지 http://neo.urimodu.com/index.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