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열한 폭로행태는 열등감 폭발 때문?

´정상회담 폭로´로 가장 다치는 쪽은 누구?<칼럼>남한의 지원과 국제관계 정상화 절박한 건 외려 북측 고양이를 물려는 쥐는 궁지에 몰렸다는 뜻… 재도발 우려도  궁서설묘(窮鼠齧猫).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아무리 약한 자라도 사정이 급하면 강자에게 대든다는 뜻이다. 어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 측과 비밀리에 접촉한 사실과 그 추진 상황을 공개하고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은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서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발표 형식이나 내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관측했다. 언제나처럼 북한은 이번에도 최대한의 과장법을 동원하여 치졸한 궤변들을 늘어놓으면서 남북한 간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성 위주로 공개했다. 그 점에서 북한의 의도와 저의가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북한은 여러 차례의 남북 대치 상황에서도 물밑대화 사실이나 내용을 공개한 적이 없다. 남북한 간 비밀협상 내용 자체를 이번처럼 낱낱이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점에서 북한의 이번 공개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과 술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남북대화 경색 책임을 우리 측에게 떠넘기면서 남북 대결 국면을 고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 동안 우리 정부와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회담과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북한을 압박해왔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까지 이를 거들고 나섰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관계 냉각의 책임을 우리 측에게 떠넘김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태도변화를 꾀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대북 압박에 대한 저항과 함께. 남쪽에다가는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미국과 중국에게는 이명박 정부 때문에 자신들의 대화 노력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북한은 또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범죄행위와 핵 개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제적 압박을 피해가려고 극단적인 강수를 뒀다. 통일부는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에 대해 시인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그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가 잘 풀릴 수 있고, 풀리는 형식의 하나로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이 될 수 있음을 북측에 얘기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시인 사과는 김정일에게는 독약과도 같다. 그것은 김정일의 군부 장악은 물론 김정은 세습체제의 연착륙과도 연관된 문제다. 따라서 북한은 그 동안 비밀접촉 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남측의 강경한 태도를 보고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판단을 내렸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 판국에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그냥 넘길 것 같지 않자, ‘그렇다면 차라리 이명박 정부를 궁지로 몰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강수로 나온 것이다. 우리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북한의 저의도 엿보인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매달려온 쪽은 북쪽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우리 측의 순차적인 세 차례의 정상회담 개최 일정 제안을 보고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역용했을 가능성이 짙다. 과거 2000년 총선 직전 발표된 1차 정상회담과 2007년 대선 직전 열린 2차 정상회담의 경험을 통해 큰 선거를 앞둔 남쪽 정부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북한이다. 그런 상황에서 비밀접촉을 공개함으로써 우리 정치권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 것이다. 더구나 지난 4.27 재보선이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끝난 뒤 여권이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고, 저축은행 사태로 정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성과가 불투명한 정상회담에 얽매이기보다는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8일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function photoSiz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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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한국에서의 정권변화를 기대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코너로 몰아 차기 대선에서 친북정권을 내오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도 숨겨져 있다. 거기엔 어차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시효가 올 연말로 끝나고,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가닥이 잡히기 시작할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대북 정책 노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는 계산도 한 자락 깔려 있다. 그와 함께 남남갈등을 유발시켜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려는 노림수도 내포돼 있다. 바꿔 말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킴으로써 남남갈등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려 대북정책의 궤도수정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대북 대결정책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혹시나 구원의 손길이 뻗쳐올 수도 있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긴 것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변화를 유도하려는 북한의 속내가 그대로 묻어난다. 북한의 이번 공개는 그 동안 있었던 남북한 간 물밑접촉 사실의 공개(언론보도)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북한이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를 내세워 베이징 비밀접촉 정형을 날조해 먼저 공개한 이상 우리도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까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 동안 남북한 사이의 비밀접촉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남과 북의 고위급 인사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싱가포르와 같은 제3국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김정일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언제라도 조건 없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사실도 언론 보도로 공개됐다. 지난 2009년 10월 하순 당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싱가포르에서 비밀회동을 갖고 정상회담 추진문제를 논의했으나 북측이 대북 쌀 10만 톤 지원을 요구해 무산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언론에 보도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독일 방문 중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 군축회담에 김정일을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우리 측 진의를 북측에 전달했다는 비밀접촉 사실이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한의 조평통이 김정일 초청에 “역도의 도전적인 망발”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그 외에 최근 우리 측 일부 예비군 부대와 해병대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사진을 사격훈련 표적지로 사용한 데 대한 반발로 남북 비밀접촉을 공개했을 수 있다. 북한에선 김일성과 김정은 사진이 소위 ‘1호 사진’으로 불리면서 특별 관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1호 사진을 훼손하거나 모독할 경우 보위부로 끌려가 자아비판을 하거나 징계를 받는다. 북한에서 수해가 났을 때 부모자식 다 놔두고 1호 사진부터 챙겨 나온 주민이 ‘영웅’ 칭호를 받는 일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에 북한의 비겁한 폭로를 보면서 ´불량국가´ 북한을 상대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또 다시 절감한다. 분단 상황에서 남북한 간 비밀협상의 필요성은 언제나 있어 왔다. 정치·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접촉만으론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들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키신저의 중국 방문 직후인 1971년 11월부터 우리는 북한과 비밀 접촉을 시작했다. 이듬해 5월 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7.4 남북 공동선언을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비밀접촉이 이뤄지는 것도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0년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중국에서, 2007년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측과 비밀접촉을 가졌다. 또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장세동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과 허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비밀리에 남북한을 오가며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회담과 관련한 비밀접촉의 내용을 이처럼 상세하게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우리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한다. 비밀협상 내용은 설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지금까지 남북한 사이에서도 그런 관례는 잘 지켜져 왔다. 그러했음에도 외교적 접촉을 정략적으로 공개한 북측의 이번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이번 행태로 보아 앞으로도 북한 측의 ‘정상회담 공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그 동안 남북한 사이에는 2009년 싱가포르 접촉을 포함해 여러 차례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비밀접촉이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2차, 3차 ‘공개 공세’를 펼칠 개연성이 짙다. 선전 공세가 먹혀들지 않으면 무력도발과 같은 극약 처방을 쓸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응하는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김정일 집단은 치졸한 폭로전을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핵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관계가 정상화되어 안팎의 궁지에서 헤어 날 수 있다. 북한은 당분간 우리와 대화의 문을 닫고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고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우리보다 오히려 북측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변지 조선신보가 어제(1일) 북한이 `정세의 긍정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며 남측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사실에서 그런 가능성이 충분히 읽혀지고 있다. 신문은 “조선이 정세의 긍정적인 발전을 바라고 있음은 명백하다”고 말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글/김영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