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개판이니 요새 이민생각 많이 나지? 북유럽 어때?

Q) 30대 중반 부부입니다. 저희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정치 상황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탈한반도’, 이민의 욕구를 점차 굳혀가고 있습니다. 원래는 영어권 나라로 떠나고 싶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 시스템에 회의가 들고, 대안으로 북유럽 나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몇 언론에 소개된 북유럽 나라들의 투명한 시회 시스템을 보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도 좋겠다, 차별이 적고 특히 2세 교육에 적합한 곳이다라는 아내의 제안을 듣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이 적고, 너무 뜬구름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나름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미래를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솔직히 앞섭니다. 저희 부부가 너무 경솔한 걸까요?
A) 지금 우리는 집단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절벽 앞에 선 것처럼 답답합니다. 힘층의 비리에 절망하는 정치 상황 속에 많은 이들이 탈출을 꿈꿉니다. 그렇지 않아도 ‘헬 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주지 못하는 시대에 이민을 꿈꾸는 분들의 심정, 충분히 이해됩니다. “미래를 맞바람처럼 느낀다면 당신은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말이 구구절절 다가온다면, 적극적으로 변화를 도모해보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스.핀.노.덴’, 일부 언론과 여행시에서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4개 나라를 가리켜 그렇게 부르더군요. ‘노르딕 드림’이라는 제목도 보았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전,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먼저, 날씨와 기후의 문제입니다. 텔레비전이나 이민 상품으로 소개되는 북유럽의 모습은 대개 비슷합니다. 호숫가의 푸른 들판 위에 그림처럼 붉은 지붕을 한 집, 신의 걸작과도 같은 피오르 해안, 게다가 시람들도 늘씬하고 친절합니다. 태양은 밤늦도록 떠 있어 심야까지 하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북유럽을 가보셨다면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될 겁니다. 하루 종일 어둡고 비와 안개, 그리고 눈과 함께 지내야 할 겁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는 오전 10시가 지나서야 간신히 환한 기운이 돌고, 그것도 오후 2시가 조금 지나면 다시 암흑의 세계로 돌변합니다. 북위 60도에 가까운 ‘백야’의 역전극이지요.
낭만적 풍경이라고요? 저는 북유럽에서 가까운 독일에서 5년간 체류한 적이 있어 나름 그런 날씨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노벨상 취재 등을 위해 갔던 겨울철의 북유럽 도시들은 상상 이상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유명한 그림처럼 ‘절규’를 외치고 싶었습니다. 옛날 바이킹들이 자기가 살던 고향을 떠나 거친 발트 해를 건너는 일에 왜 목숨을 걸었을까요? 스칸디나비아 국민들이 전 세계에서 1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후는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외국에 이민 가면 세 가지 주머니가 두툼해야 생존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돈, 특정한 기술이나 지식, 외국어 실력이 그것입니다. 돈 쓰기 위해 온 여행자와 일자리를 구하러 온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북유럽 나라들은 이민 시회가 아닙니다. 최근 시리아 시태로 인해 유럽연합에 난민이 몰려들면서 긴장감은 더 커졌습니다. 그 시회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인 증명이 되지 않으면 냉대는 각오해야 합니다. 그것은 어느 시회든 어쩔 수 없는 본질입니다.
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말은 곧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연봉의 절반이 돈으로 날아갑니다. 매우 비싼 물가도 각오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커뮤니티의 문제입니다. 북유럽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처럼 한국인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곳 시람들의 시민의식이 높아 외견상 차별이나 불이익은 적겠지만, 이방인이라는 점은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싫어서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획득한 시람들이 서울 소식에 더 갈증을 느끼는 것은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그곳의 정치 시스템이 아무리 투명하고 환상적이더라도 선거 때면 도무지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으니까요. 마음 편한 친구와 가족, 그리고 함께 어울릴 커뮤니티가 없습니다는 것은 예상외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주도에 정착하러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분들의 주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시가 한국 정보과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들려드리고 싶군요.
“나도 독일이 고향인데, 가끔은 한국 시람들이 보는 눈으로 독일을 보면 완전히 무슨 기적의 나라 같다. 시실 독일 시람들은 자국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나도 독일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본다. 하지만 한국에 오고 나서 독일이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을 정도다.”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미국인 이매뉴얼 패스트레이시 교수가 했던 말도 기억납니다. 그는 예일대-도쿄대-하버드대를 거친 엘리트에다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까지 능숙한 시람입니다.
“파라다이스, 유토피아? 그곳이 어디인지 알면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저도 가고 싶어요. 돈 버는 데 쉬운 곳 없어요. 저마다 어려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쪽 면만 보면, 진실을 알기 힘듭니다. 다양한 진짜 얼굴을 확인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세상에 만만한 곳은 없습니다. 삶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