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부터 배운 아이는 기어서 내려가지 못한다

걸음부터 배운 아이는 기어서 내려가지 못한다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내 조카 중에는 관수와 한 살 아래 동생인 광수라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관수는 어려서부터 기어다니는 모습을 별로 볼 수 없었습니다. 금방 걸음마를 익혔기 때문입니다.   관수는 걸어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광수가 오르지 못 하는 곳도 쉽게 오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올랐던 그 높이를 무서워서 내려오지 못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한 살 아래인 광수는 관수가 올랐던 그 문턱을 오르지는 못 했지만 손으로 문턱을 잡고 왼발부터 바닥에 내딛으며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관수는 지금도 광수처럼 사뿐히 내려오는 방법을 모르고 냅다 뛰어서 내려옵니다.   인생은 빨리 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생엔 필요 없는 과정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그런데도 성급한 욕심으로 자녀를 빨리 어른이 되게 한다면 그 자녀가 당장은 어른스러울지 모르지만 앞에서처럼 인생에서 겪어야 할 또는 몸에 익혀야 할 그 무언가를 빠뜨리고 자랐을 것입니다. 마치 관수가 충분히 기어 다니는 것을 빠뜨리고 걸음마부터 익혔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처럼 말입니다.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바로 옆에서 지켜 봐 주세요. 끌어 주지도 말고, 밀어 주지도 말고,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아이 옆에서 아이가 자신의 인생이란 계단 길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밟고 오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